“원당봉 한 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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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삼양 바다는 꿈을 꾼다(上)

삼양, 설개·가물개·매촌 세 마을 더욱 빛나길 바라는 염원 담아
선사유적지 제주역사문화 발상지...기원전 1세기 탐라국 생활상 간직
‘삼양동 연가’ 오영호 시인 참여...에어로폰 연주·노래에 풍경 담아
‘삼양 바다는 꿈을 꾼다’ 바람난장이 열린 삼양동 시비공원에서 바라본 삼양 앞바다.
‘삼양 바다는 꿈을 꾼다’ 바람난장이 열린 삼양동 시비공원에서 바라본 삼양 앞바다.

1890년 전후 설개, 가물개, 매촌 세 마을이 더욱 빛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삼양이라 지었다. 검은모래 해수욕장과 선사유적지와 환해장성이 있으며 원당봉에는 국가 지정 보물인 불탑사 5층 석탑이 있다. 아이들이 수험생이었을 때 불탑사의 5층 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사찰의 분위기가 나의 발길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바다와 평지 그리고 한라산과 오름이 어우러진 삼양동은 제주역사문화 발상지이다.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기원전 1세기경 탐라국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마을 유적지이며 삼양의 자랑이기도 하다. 삼화지구 중심지에 제주의 선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적공원을 조성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동네 어르신들이 우영팟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나와 저렴하게 판매하는 삼양동 직거래장터에서 열무를 사다 김치를 담갔던 기억과 별미로 사 먹는 빙떡의 맛도 잊을 수 없다. 

오랜 시간 근처 화북에 살면서 틈틈이 운동 삼아 해안도로를 끼고 삼양해수욕장을 걸었다. 맨발로 검은 모래 위를 걸으며 나만의 사색에 잠기기도 했으며 걸은 후에는 근처 용천수에서 족욕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기분과 날씨에 따라 즐겨 가던 맛집이 골목마다 있고, 커피 한 잔하며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찾았던 곳도 삼양이다. 계절마다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시비 공원에서 퍼지는 서란영 님의 팬플루트 식전연주가 사뭇 정겹다. “해변으로 가요”라는 가사에 파도가 답하듯 밀려온다.

바다를 관객으로 모시고 이정아 님의 사회로 바람난장이 시작된다. 바로 옆 공사 현장의 망치 소리도 관객이 되는 난장,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함께 박수로 맞이해준다. 바람난장 김정희 대표님이 더운 날씨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시원한 바람이 찾아와 다행이라며 함께 하는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오영호 시인도 함께해주었다. 198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귤나무와 막걸리’, ‘올레길 연가’, ‘화산도 오름에 오르다 ’ 등 다수의 시집을 냈으며 제주작가회의 회장, 한국 시조시인협화 이사를 역임, 한국시조비평문학상, 제주도문화상도 수상했다. 시인은 삼양동에서 의뢰를 받고 일 년 동안 퇴고를 거듭한 끝에 ‘삼양동 연가’를 완성했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불탑사의 5층 석탑과 검은 모래 이야기를 넣었는데 시인의 어머니도 검은 모래찜질을 삼양해수욕장에서 하셨다고 한다. 

'삼양동 연가' 오영호

새벽 범종 소리에 눈 뜬 텃새들이
불탑사 5층 석탑 천년의 빛을 물고
원당봉 한 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옛 마을 선각자들 화합의 손을 잡고
삼양의 깃발 올린 선주민 원형 움집엔
넘쳐난 한라의 푸른 정기 거리마다 빛나네

호미 같은 해안가로 춤추며 달려온 파도
올레길 걷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는 말
찌든 몸 검은 모래로 찜질하고 가라는...
순한 귀 열어놓은 정 많은 이웃들이
일궈낸 터전마다 피어나는 사람 향기
바다엔 사랑의 꿈을 낚는 통통배가 떠있네

 

한 편의 시가 저절로 쓰여질 리 없다. 일여 년 동안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는 삼양동 연가를 이혜정 님이 낭송하는데 시의 풍경에 맞게 해수욕장에는 중년의 부부가 정겨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검은 모래에 누운 아내의 얼굴 위에 수건을 덮어주고 우산을 펼쳐 햇빛을 가려준다. 관절에 효능이 좋다는 검은 모래를 아내의 몸에 조심스레 덮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삼양은 사랑의 꿈을 낚는 마을이 아닐까 한다. 

저절로 귀가 순해지는 순간이다. 나만 귀가 순해진 건 아니었다. 이춘애 님의 에어로폰 연주에 별도봉도 귀를 활짝 열고 어느새 다가와 있다. 방파제의 등대도 조업을 마친 어선도 옆에서 에어로폰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정자에서 휴식을 청하는 관광객도 황혼빛에 물드는 해변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지 발가락으로 음률을 탄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우리 모두 해변의 여인이지 않은가, ‘삼양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아름답다.’ 이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풍경이다. 

하루의 열정을 다 끌어안고 장엄하게 바다로 빠지는 노을을 보면서 느꼈던 설렘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요즘은 노을을 배경으로 웨딩 촬영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새 출발을 시작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바다가 주는 큰 즐거움이다. 

가수인 윤경희님의 나직한 목소리로 ‘그 또한 내 삶인데’를 들려주신다. 널리 퍼지는 선율에 바람이 답을 하듯 다가와 함께 한 관객 모두에게 시원함을 선물로 준다. 무덥다고 집에만 있었다면 에어컨만 켜고 지냈을 터인데 자연바람을 맞으며 이 또한 신께 감사하다고 느끼는 순간, 윤경희님이 대학은사셨던 김종태시인의 요청으로 무반주 노래를 들려준다. 원당봉까지 퍼지는 울림에 평소에도 노래에 자신이 없는 나는 부럽기만 하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오늘도 나는 지고 만다.                                                 
글=조선희

▲사회=이정아 ▲시낭송=이혜정·장순자·김정희 ▲노래=윤경희 이성진 ▲연주=서란영·이춘애 ▲그림=유창훈 ▲사진=홍예 ▲영상=김종석 ▲음향감독= 장병일 ▲총감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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