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별 이름 따다 삼양이 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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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삼양 바다는 꿈을 꾼다(下)
정인수 ‘삼양동 해안도로에서’, 이시향 ‘삼양포구의 일출’ 낭송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관객들...무심히 지나쳤던 삼양의 그리움
유창훈 作 ‘삼양동 시비공원 바람난장’. 삼양동 시비공원에서 바람난장 각 분야별 회원들이 공연하는 장면들을 장지에 먹과 색을 사용해 작업.
유창훈 作 ‘삼양동 시비공원 바람난장’. 삼양동 시비공원에서 바람난장 각 분야별 회원들이 공연하는 장면들을 장지에 먹과 색을 사용해 작업.

시낭송가인 장순자님이 시비에 새겨진 정인수 시인의 시를 들려준다. 정인수 시인은 월간 ‘한국문학’으로 신인상 시조부문 당선을 시작으로 한국예총 제주도지부장 역임, 연극협회 제주도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장을 지내며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시집으로는 ‘삼다도’, ‘해녀노래’,  ‘섬과 섬 사이’를 출간했다.

 삼양동 해안도로에서/정인수
  
사랑을 처음 고백하는 날 밤일랑
삼양동 해안도로로 와요
깜깜한 밤일수록 더욱 좋아요

둘이서 맨손 잡고 걸어도
길 따라 휘황한 경관등이
축배를 들며 반겨줄 터이니

둘이서 마주 서 있기만 해도
먼 바다 집어등들이
알아서 에워싸 줄 터이니…

정인수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장순자 시낭송가.
정인수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장순자 시낭송가.

길가에 강아지풀이 살랑살랑 아침인사를 건네듯, 창문을 열었는데 돌담 위에 고양이가 빤히 눈동자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처럼 낭송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나 또한 깜깜한 밤 첫사랑을 떠올리며 두 손을 꼬옥 잡고 싶어진다. 아니면, 헤어지기가 아쉬워 해안도로 끝과 끝을 오고가며 가로등 숫자도 세고 싶어진다. 

밤이면 집어등이 환하게 켜지는 삼양의 밤바다와 맨발에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를 떠올리며 나 또한 가로등 하나, 가로등 둘에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가로등 숫자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이성진님의 노래가 들려온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여서 나 또한 몸짓으로 박자를 맞추어본다. 신유의 ‘미안해서 미안해서’를 듣는 데 가사가 주는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가 같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 잘해드리며 지낼 줄 알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더 무심하게 지내게 된다. 오늘 아침도 부랴부랴 챙기느라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다 미안한 일투성이다.

시비에 새겨진 이시향님은 삼양이 고향인데 지금은 울산에서 살며 아동문학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2006년 ‘아동문학평론’ 동시 등단으로 시작해서 개인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외 4권,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 디카 시집 ‘피다’가 있다. 울산예총문학상·울산사랑대상·울산아동문학상·울산 남구 문인상 수상 이력도 있다.

김정희 대표님이 바다를 배경 삼아 시낭송을 한다. 타향에 살면서 마음은 늘 고향을 향해 있는 시인을 그리며 삼양을 녹여 낸다. 밑이 다 보이는 용천수의 맑은 물을 떠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고는 포구에서 새해 소망을 다짐하는 염원을 떠올리며 일출을 맞이한다. 낭송은 어느새 이시향 시인의 정신을 오롯이 그려내고 있다.

삼양포구의 일출/이시향
      
해달별 이름 따다
삼양이 된 곳에
금빛 실크로드 바닷길을 열고
삶을 자맥질하는
어부의 손끝에
잘려 나간 바다 하나 된다.

너무도 고요하고
깨끗하여
속이 들여다보이는 언어는
외마디 탄성!
검은 모래 뚫고 용천수가 솟는다.

한라산 정기 받은 원당봉 너머
황금 물결 번지는 빛 사이로
어느새
커다란 불덩이 하나가
막 바다를 빠져 나오고 있다.   

노래를 들려 주는 이성진 가수.
노래를 들려 주는 이성진 가수.

무더운 여름날을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날씨가 도와주었다. 서핑을 하는 이, 우산을 쓰고 맨발로 모래밭을 걷는 이도. 모두가 관객이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여름을 즐기는 이들 또한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했던 시간, 서란영님의 팬플루트 연주가 삼양시비공원에 마지막인사를 알린다. 섬 아가씨의 순정을 비둘기를 통해 당신에게 보낸다고 한다. 노래에 어울리는 경쾌한 옷을 입고 오셨는데 연주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스페인 어느 거리에서 여행에 지친 이들을 위해 버스킹을 하는 차림이다.

바람난장을 마친 후 단체 기념촬영.
바람난장을 마친 후 단체 기념촬영.

“오늘밤, 바다 위로 달이 은빛으로 떠오르며 당신이 날 기다리는 그 항구를 그리워해요” 라고 노래는 말한다. 나 또한 운동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 삼양을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이다. 바람난장과 함께했던 이곳, 시비가 있는 이 장소에서 지는 노을을 오래 보게 될 것이다. 깜깜한 밤이 오면 함께한 모두를 떠올리며 내 마음의 전보를 그대들에게 날리게 되리라. 마저 세지 못한 삼양해안도로 가로등 숫자도 손가락 꼽으며 세고 말리라. 오늘 삼양시비공원에서 함께했던 바람난장 식구들의 이름들도 찬찬히 헤아려보리라.   
글=조선희(구좌문학회·시인)

▲사회=이정아 ▲시낭송=이혜정·장순자·김정희 ▲노래=윤경희 이성진 ▲연주=서란영·이춘애 ▲그림=유창훈 ▲사진=홍예 ▲영상=김종석 ▲음향감독= 장병일 ▲총감독=김정희

※ 다음 바람난장은 8월 26일 오전 10시  사라봉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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