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나무 사이 흐르는 하늘은 자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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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를 품은 사라봉(下)

고은 화가, 지나는 바람 불러 세워 살아 있는 숲의 모습 생생히 묘사
김도경 시인, 환경 문제 글로 표현 미래 환경 예측한 환경운동가인 듯
바람의 빛깔 색소폰 연주에 담고 관객들과 함께 희망의 숲을 노래
고은 작(作) '사봉낙조'
고은 작(作) '사봉낙조'

스케치하는 손놀림이 노련하다. 고은 화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사라봉공원의 숲, 그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린 길을 따라 방문객들이 숲으로 들어간다. 

팔월의 숲에는 아왜나무가 붉은 열매를 매달았고, 초록은 절정으로 일렁인다. 초록빛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흐르는 맑은 하늘은 자연이 베푸는 선물이었다. 화가는 황급히 지나는 바람을 불러 세워 숲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나뭇가지가 가늘게 휘어진 표현에서 마치 바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정희와 시 놀이 팀이 김도경 시인의 ‘비자림’을 낭독한다. “문명병을 퇴치하고 지구를 지켜나갈 파수꾼/ 비자나무 일가가 지구의 대안이다//…//곶자왈의 생명은 사랑이다/ 비자곶은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이 사람을 지켜 낼 지구의 대안이다” 입추는 지났지만,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이 된더위를 이길 대안은 바로 숲이었다. 숲은 불볕더위를 식히는 효과도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김도경 시인은 지구 환경의 변화와 문제를 글로 표현하며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렸다. 숲에서 미래의 환경을 예측한 시인은 어쩌면 환경운동가는 아닐는지.

 

비자림

문명병을 퇴치하고 지구를 지켜나갈 파수꾼
비자나무 일가(一家)가 지구의 대안이다

미래 환경을 예측한 이 마을 선조들은 숲의 시조(始祖)를 조성했다 
먹고 버린 비자 열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고 무럭무럭 자랐다

비자나무 집성촌으로 날아든 단풍나무 산딸나무 말오줌때 후박나무 머귀나무 상산 작살나무 누리장나무 선천과나무 아왜나무 씨앗들이 싹을 틔웠다. 나도풍란 콩짜개란은 비자나무에게 집을 빌렸다 소문을 들은 생물이 고유명사로 된 명함을 들고 모여들었다 한 터에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곶자왈은 품고 나누며 공존한다
비자나무 뿌리가 머금은 물은 마을 사람들에게 생명수였다

천년의 세월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숲
상처를 딛고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풍경이 사람 사는 모습을 닮았다

곶자왈의 생명은 사랑이다
비자곶은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이 사람을 지켜 낼 지구의 대안이다

-김도경 시인의 ‘비자림’ 전문

 

성동경 연주가가 소프라노색소폰으로 바람의 빛깔을 연주한다(사진 위 왼쪽). 김정희와 시놀이, 김도경 시인의 비자림을 낭독한다(사진 위 오른쪽). 관객과 함께하는 시낭송, 강은교 시인의 숲을 낭송한다(사진 아래).
성동경 연주가가 소프라노색소폰으로 바람의 빛깔을 연주한다(사진 위 왼쪽). 김정희와 시놀이, 김도경 시인의 비자림을 낭독한다(사진 위 오른쪽). 관객과 함께하는 시낭송, 강은교 시인의 숲을 낭송한다(사진 아래).

‘한계령’과 ‘라 스파뇨라’를 이마리아 성악가가 열연한다. 한계령의 한 대목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나이 육십쯤 아직도 생각대로, 바라는 대로 살고 있지 못함일까, 벤치에 앉아 두 손을 모아 깍지 끼고 노래를 감상하는 어느 중년의 촉촉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마리아 성악가는 벤치에 앉은 그녀의 마음 위로하려 함이 분명했다. 율동적이고 생기있는 리듬의 이탈리아 가곡 라 스파뇨라로 ‘행복이 있는 봄날에 정열을 싣고 오라’ 한다. 그녀의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번진다.

박준 시인이 보여주고자 했던 숲은 어떤 것일까. 김정희 대표가 박준 시인의 ‘숲’을 낭송하는데 왠지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내가 사라지면, 내 흔적도 사라지는 것일까. “고요 대신 말의 소란함으로 적막을 넓혀가고 있다는 그 숲 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내뱉은 말들은 숲에 모여있다. 우리가 남긴 숲의 말들은 계절을 품으며 별과 바람과 함께하여 외롭지 않다고 했다. 육신이 다해도 내가 살아온 삶은 영원하다는 말일 게다.

성동경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가가 ‘바람의 빛깔’과 ‘소나무’를 들고나왔다. 바람의 빛깔은 포카혼타스 애니메이션 OST인데, 한때 제주 소년이 불렀던 노래로 중독에 가깝게 들었었다.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는 내용인데, 어린이의 감성으로 어른들에게 감동으로 마음을 정화해 준 노래다. 소프라노 색소폰만의 갖는 매력일까. 이 감성을 한 구절도 허투루 하지 않고 표현했다. 지나가던 탐방객이 발을 멈추고 감상하다 앙코르를 요청하니 ‘바람의 기억’으로 화답한다.

어느새 관객과 함께하는 시 낭송 순서이다. 강은교 시인의 ‘숲’을 관객이 낭송한다.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리면/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둘이 흔들리면/ 나무 셋도 흔들린다” 숲에 바람이 분다는 것은 숲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숲과 달리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바람이 불 때 바람과 함께 흔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람에 맞서 더 단단해지는 사람도 있다.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자세를 은근히 암시하지 않았나 싶다. 

숲은 우리의 이웃이며 희망이다. 하늘과 맞닿은 소나무 위로 비행기 한 대가 풍경을 그리며 날아간다. 같은 하늘인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초록 숲 위의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보며 누군가는 파일럿의 꿈을 꿨을 수도 있다. 이렇게 예술이 흐르는 길 바람난장은 사라봉 하늘길, 그리고 바람길과 함께 갈무리한다.  글=고여생

▲사회=이혜정  ▲시낭송=이정아, 장순자, 김정희 ▲연주=서란영, 성동경 ▲노래=이마리아 ▲그림=고은 ▲사진=홍예 ▲영상=김종석 ▲음향=장병일 ▲총감독=김정희

※ 다음 바람난장은 9월 9일 오전 10시  제주시 이호 빨간등대 앞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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