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세대의 벽을 넘어 소통하다
공연으로 세대의 벽을 넘어 소통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9) ‘상상예感, 예술路’에 바람난장 스미다 (上)

가을 떠도는 바람 스치고 예술은 
무대 위에서 한창 무르익어 간다

첼로·팬플루트 선율과 시낭송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노송들을 느끼다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학생문화원 야외무대에서 바람난장 회원들과 관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학생문화원 야외무대에서 바람난장 회원들과 관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청소년의 거리’로 들어섰다. 산지천을 따라 내려가는 산책로에는 학생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상상예感; 상상, 예술路 스며들다’ 축제가 한창이었다. ‘만남의 다리’에 설치된 부스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었다. ‘청소년 예술관’을 지나 벽에 설치된 월별 별자리 철구조물 보며 걷다 보니 훌쩍 한해를 넘긴 기분이었다. 바쁜 척 밤하늘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낸 시간이 아쉬웠다. 11월의 ‘사수자리’는 잊지 않고 보리라, 마음먹었다. 산지1교를 건너 수운근린공원으로 들어섰다. 추운 날씨에도 바람난장 예술인들의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노송들 사이로 간간이 햇볕이 들고 있었다.

김정희 대표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정희 대표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혜정 시낭송가의 진행으로 바람난장 공연이 막을 올렸다. 김정희 대표는 인사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 축제에 어울림의 장을 마련했다며, 이 무대를 위해 애쓰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첫 순서로 이정아 시낭송가가 문무병 시인의 ‘바람과 물결에 관한 명상’을 낭송했다. 문지윤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르고 시낭송이 무르익었다.

문지윤 첼리스트의 배경음악 위에 이정아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문지윤 첼리스트의 배경음악 위에 이정아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바람과 물결에 관한 명상

문무병

그대 가을을 떠도는 바람인가 했더니
그대는 안개 없이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넝마처럼 펄럭이는 저들이 있을 뿐이다.
꽃은 꽃이다.
바람은 바람이라는
의미를 지워버린
세기 말의 슬픔들이 있을 뿐이다.
하얗게 무너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을 가리는 안개에 묻혀,
다시 한번, 맨살로 서 있는 그대,
가을을 떠도는 바람인가 했더니
어둠과 눈물로 사랑 비우고,
무적 우는 바다에 솟대처럼 떠 있구나.
잠시 스치는 바람인 것을
찬이슬 한 방울로 떨어져,
노란 은행잎으로 날아와, 뒹구는데
아, 가을을 떠도는 바람,

중략

다음은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라라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연주했다. 그리스 신화의 사랑 이야기에서 이름이 유래한 악기, 팬플루트 연주로 공연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예술은 어울림이고 소통이다. 예술 공연과 관객이 일치되는 순간은 감동과 위안이 교차한다. ‘청소년 다리’에서 진행 중인 축제의 취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른과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대의 벽을 넘어 어울리고 소통하는 만남의 장, 바람난장 예술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장순자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이혜정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공연의 묘미는 관객과의 호흡이다. 추운 날씨에도 공연 시작 전부터 자리를 지키는 관객 한 분이 있었다. 팬플루트 연주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우연히 바람난장에서 연주하는 서란영님의 동영상을 보고, 느낌이 좋아서 직접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서란영 연주가는 사려니숲길에서 세화초 김현준 어린이를 돕기 위한 버스킹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에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미담이었다. 장순자 시낭송가가 한기팔 시인의 ‘숨비소리’를 낭송했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햇볕이 내리고 있었다.                                         
글=김도경

▲대표=김정희▲사회=이혜정▲시낭송가=이정아, 장순자, 김정희▲첼로 연주=문지윤▲팬플루트 연주=서란영▲에어로폰 연주=기보은▲성악=이마리아▲사진=김태현▲음향=장병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