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 견디고 예술로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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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상상예感, 예술路’에
바람난장 스미다 (下)

첼로·성악의 선율과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시낭송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며 어우러지는 소통 한마당

청소년 쉼터와 연계한 수운근린공원 소나무 숲에서 바람난장 예술인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문지윤 첼리스트의 ‘blossom’ 연주가 시작되었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듯 잔잔하다가 중후반으로 가면서 밝게 피어나는 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선율, 첼리스트의 변화하는 표정을 읽으며 감정이 이입되었다. 문지윤 첼리스트는 ‘blossom’이 자작곡이라며, ‘오십 초반까지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꽃이 피기까지 견딤의 시간을 건너 지금은 피어날 때라는 희망을 표현했다. 꿈을 이루지 못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예술 활동에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 고 말했다.

김정희 시낭송가가 김영순 시인의 〈푸른 통증〉을 낭송하고, 이마리아 성악가가 ‘La Spagnola’, ‘우리는’을 불러 추위로 움츠러드는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다. 다음 순서로 이혜정 시낭송가가 이기철 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를 낭송했다. 기보은 연주가가 에어로폰 연주를 시작하자, 옆에 있던 관객이 저런 악기 처음 본다면 신기해했다. 기보은 연주자는 ‘Love Is Just A Dream’, ‘Nella Fantasia’를 연주했다. 공연장을 압도하는 울려 퍼짐에 관객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다음은 시놀이 합송시가 이어졌다.


풍화

이명혜

이제는 다 잊혀져 자유롭다고
그랬다고 여겼던 소소한 일상
기억 핑계로 끌어올려져 덕지덕지
버짐으로 돋아 또아리 틀고 앉았다

나이 든다는 건
주름 사이로 더 많은 이별 쌓여 가는 것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족이었던
지난 삶들 이제서야 희부옇게 보이는 것

천 년 전쯤 흐르던 전생 발자국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뽀족거리던 서슬
세월 깎이고 다듬어진
사계 바닷가 모래 바위에
생각 잃은 피사체로 둥둥 떠오른
인다라망의 구슬

그 안에 내일의 내가 서 있다


시낭송을 들으며 성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밖으로 향하는 시선 안으로 거두기 어려운 세태에서도 풍화는 일어난다. 버리고 비웠다고 자부했던 작은 것들까지, 순간 돋는 생각에 갇혀버릴 때 있다. 하나둘 늘어가던 주름은 ‘뾰족거리던 서슬’ 은신처였는지 모른다. 풍화된 마음에서 감사함이 일지만, 아직은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화석발자국이 발견된 사계에서 풍기의 전생을 떠올리며 순화된 마음은 따스하다. 암석이 풍화되었을 사계 바다의 모래는 순간 돋았다 사라졌던 생각들의 피사체, 세계는 본래부터 한 몸 한 생명의 인드라망, 모두가 보석처럼 귀한 존재인 생명공동체다. ‘그 안에 내일의 내가 서 있다’

강영란 시인의 시 ‘20℃, 귤빛을 부르는 온도’를 관객들과 낭송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은 무대에서만 펼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공연장 분위기를 스케치했을 홍진숙 화가와 김태현 사진작가, 음향 장병일 작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지금, 이 글이 독자와 만나는 순간까지, 무대는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이명혜 시인의 〈풍화〉시 한 구를 빌린다. ‘인드라망의 구슬처럼’, 구슬이 빛의 반사로 서로가 서로에게 반사하고 그 반사가 또 다른 반사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며 어우러지는 소통 한마당, 바람난장 예술인들의 매력이고 저력이다.     

글=김도경

▲대표=김정희 ▲사회=이혜정 ▲시낭송가=이정아, 장순자, 김정희 ▲첼로 연주=문지윤 ▲팬플루트 연주=서란영 ▲에어로폰 연주=기보은 ▲성악=이마리아 ▲그림=홍진숙 ▲사진=김태현 ▲음향=장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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