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있어 떨림으로 가득찬 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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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화패 바람난장 (下)

한 해를 악기 연주·시낭송·무용으로 수놓아
따뜻한 분위기 속…바람난장은 내년 고대

연극무대에서 바람난장 공연이 이어진다. 바람 부는 길에서, 예술이 흐르는 길 바람난장을 만들어가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실내 공연장을 찾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바람난장이 세이레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을 맡고 있는 정민자 연극인이 운영하는 세이레는 부부 연극인 강상훈씨와 42년간 연극인생을 함께하며 지켜내고 있는 극단이며 동네 극장이다.  송년이라 분주하지만 찾아주실 분들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객석을 정리하고 무대를 만들었다. 


물론 바람난장 정민자 고문의 역할로 바람난장은 오랜만에 순풍에 돛을 달고 올 해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이정아 시낭송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바람난장의 시낭송 순서가 끝나자 어둠 속 관객 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낭송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제주 바다를 주제로 시낭송이 끝나고 연주공연이 시작되었다.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연주하는 모습.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연주하는 모습.

올 한 해 동안 바람난장의 연주팀을 이끌어주신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자님의 믿고 듣는 연주시간이다.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을 연주했다. 항상 앵콜을 신청했었는데 오늘은 다른 연주자들에게 시간을 할애했다. 바람난장팀은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 관객으로 오신 분들은 조금 아쉬워 하는 눈치였다. 


장병일 음향감독님과 부부이신데 항상 음악이 있는 곳엔 두분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다. 나이를 멋지게 먹는 아티스트다움이 온 몸으로 풍겨나온다. 


다음 순서로 성동경님의 색소폰 연주가 12월의 밤을 깊게 끌고 갔다. 


긴 겨울 밤을 항해하는 배에서 울려 퍼지는 넬라판타지아는 황홀했다. 기어코 앵콜이 쏟아지고 말았다. 앵콜로 이어지는 색소폰 연주는 무한 매력발산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그러다가 강섭근님의 색소폰 연주로 가라지를 연주해주셨다. 바람난장에 온 적이 있으셔서 반갑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박수 소리가 크게 들렸다. 관객을 즐겁게 했다. 


요즘은 색소폰 연주를 해보는 것을 희망하는 남성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멋진 색소폰 연주는 노을과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성숙되어져 가는 시간들이 쌓이는 것이고 욕심을 내려놓는 것처럼 편안해지는 것이 색소폰 연주의 음색을 닮았다. 


바람난장이 7년이란 시간을 이어져 오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안으로 성숙되고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어 가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박병건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모습.
박병건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모습.

건이라 불러달라는 기타리스트 박병건님이 기타 연주를 해주셨다. 기타 연주 또한 편안하다. 꿈에를 연주해 주었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기타연주에 어깨를 흔들며 박수를 쳤다. 처음 바람난장을 보러 와주신 분들이 내년 관객석을 예약하고 가신다. 그리고 강상훈 연극인의 시낭송 순서이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낭송했다.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일부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강상훈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강상훈 시낭송가가 시를 낭송하는 모습.

낭송은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으로 연극처럼 공연했다. 떨림이 있는 무대였다.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그 자리에 나가 기다리는 동안 문이 열릴 때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문을 쳐다보았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낭만만은 아니다. 한 없이 기다리는 것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 일수도 있다. 

바람난장 공연에서 박연술과 제주연무용단이 제주바다를 춤으로 보여주었다.
바람난장 공연에서 박연술과 제주연무용단이 제주바다를 춤으로 보여주었다.

다음은 박연술과 제주연무용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살려줍서 영등신이여 지켜줍서 설문대여>제주 바다와 함께 해온 제주 여인의 삶과 억센 바다도 이겨내지 못하는 바다 환경때문에 점점 힘들어져 아파하는 바다를 춤으로 보여준다. 바다 생물들의 사투를 춤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주바다는 살아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온 제주사람들의 바다 지킴이같은 마음을 풀어내는 무용은 커다란 꽃을 든 무용단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희망찬 얼굴 표정에서부터 나타났다. 


설문대 할망과 영등할망이 곧 제주여인들의 삶 자체다. 얼마전 정기 공연을 마친 상태인데 바람난장을 준비하느라 애써주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감사한 무대였다. 바람난장의 공연을 보러 와준 분들에 대한 보답처럼 열심히 해준 무용팀에게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공연을 마치고 집밥을 대접했다. 2023년을 잘 보내는 가문잔치를 치렀다. 바람난장 가족들은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 쑥덕쑥덕 내년 바람난장을 공론중이다.

 

글=바람난장 대표 김정희

▲사회=이정아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장순자)·강상훈 ▲음악=서란영·성동경·강섭근 박병건 ▲무용=박연술과 제주연무용단(정옥남·양은녕·고성미·박영신·한은경·박진아) ▲사진=허영숙 ▲음향=장병일·정민자 ▲영상=김종석·장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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